블로그 · 학교 야외 촬영

학교 야외 촬영 때 운동장에서 보는 것들

야외 촬영을 하기로 정하고 나면 먼저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교문 앞이 좋을까요, 운동장이 나을까요.

그런데 제작사양서의 촬영 범위 칸을 채우기 전에 장소부터 정하면, 대체로 한 번은 다시 정하게 됩니다.

같은 자리도 시간에 따라 다른 곳이 되거든요.

피아노를 치는 아이

도착해서 제일 먼저 보는 것

운동장에 들어서면 저는 배경을 보지 않습니다. 해가 어디 있는지부터 봐요.

빛이 아이들 뒤에 있으면 얼굴이 어두워집니다. 정면에서 들어오면 다들 눈을 찡그리고요. 그래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방향은 생각보다 좁습니다. 이걸 먼저 정하고 나서야 어느 배경이 가능한지가 정해져요.

학교 야외 촬영에서 장소를 정한다는 건, 예쁜 배경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그 시간에 빛이 허락하는 자리를 찾는 일입니다.

겨울 오후는 해가 낮게 깔립니다. 그림자가 길어지고 색이 금방 식어요. 같은 운동장이라도 오전 열한 시와 오후 세 시는 다른 장소입니다.

그다음에 배경을 훑는다

방향이 정해지면 그제야 뒤쪽을 봅니다.

주차된 차, 쌓아둔 공사 자재, 계절이 지난 현수막. 사진에 들어가면 지우기 번거로운 것들이 대체로 이 시간에 눈에 걸려요. 치울 수 있으면 치우고, 못 치우면 각도를 틀어 피합니다.

학교마다 살릴 만한 배경이 1~2개는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나 담장, 계단, 건물 벽면 같은 것들이요. 이런 자리는 몇 년 뒤에 봐도 그 학교라는 게 드러나서 좋아합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바람도 이때 봅니다. 겨울 운동장은 건물 사이로 바람이 몰리는 자리가 있어서, 거길 피하지 않으면 머리가 다 흐트러져요.

바닥도 한 번 봅니다. 전날 비가 왔으면 물이 고인 자리가 있고, 흙이 젖어 있으면 신발과 옷자락이 금방 더러워져요. 단체로 서는 자리는 마른 곳으로 잡습니다.

그리고 소리. 야외는 조용해 보여도 옆 반 체육 수업이나 공사 소리가 겹치는 시간대가 있습니다. 소리가 크면 아이들에게 말이 안 닿아서, 줄을 세우고 표정을 끌어내는 데 시간이 배로 들어요. 촬영 시간을 잡을 때 학교 시간표를 같이 보는 이유입니다.

답사를 다녀오면 절반이 끝난다

답사는 촬영일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가는 게 제일 정확합니다. 그 시각의 해 높이가 그날과 같으니까요.

이 확인들은 사실 촬영 당일에 할 일이 아닙니다.

봄 운동장은 흙냄새부터 다릅니다. 전날 물을 뿌렸는지, 바닥이 마른 흙인지 모래인지가 발밑에서 먼저 옵니다. 이런 건 도면이나 사진으로는 안 보여요.

답사를 못 가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땐 학교에 3가지만 여쭤봐요.

그 시간에 운동장을 쓰는 학년이 있는지. 급식 시간이 언제인지. 교내에 공사가 걸려 있는지.

이 3가지만 알아도 현장에서 헤매는 시간이 확 줄어듭니다. 답사 없이 들어간 날은 첫 반을 세우고 나서 늘 같은 생각을 해요. 아까 여기 한 번 와봤어야 했는데.

촬영 시기 자체를 언제로 잡느냐도 여기에 얹힙니다. 계절별로 무엇이 달라지는지는 졸업앨범 촬영 시기에 따로 적어두었습니다.

선생님과 그림책을 보는 두 아이

줄을 세우고, 기다린다

단체 컷은 세우는 데 시간이 가장 많이 듭니다. 키 순서로 서고, 앞줄이 앉고, 옆이 비고, 다시 채우고요.

이 시간에 아이들 표정이 한 번 굳습니다. 추운 날은 특히요. 그래서 저는 줄이 완성된 직후에 바로 찍지 않아요. 한두 마디 건네고, 다 같이 한 번 웃고 난 다음이 제일 낫습니다.

배경에 자기 학교의 나무나 익숙한 자리가 들어가는 걸 아이들이 알아보면 표정이 풀려요. 자기가 아는 자리에 서 있다는 걸 알면 카메라가 덜 어색해집니다.

야외 단체 컷은 실내보다 변수가 하나 더 많습니다. 빛이 움직입니다. 앞 반을 찍는 사이에 해가 건물 뒤로 넘어가면, 뒷반은 같은 자리인데 다른 사진이 됩니다. 대열을 세우는 요령 자체는 졸업앨범 단체사진에 적어두었어요.

셔터음이 겹치는 소리에 아이들이 한 번 웃습니다. 그 순간이 제일 낫더군요.

야외를 고집하지 않아도 되는 날

비나 강풍은 예보로 완전히 피할 수 없습니다. 실내 대체 장소를 정해두는 이유예요.

기온도 변수입니다. 손이 곱을 정도면 표정이 안 나옵니다. 이런 날은 야외 단체 컷만 짧게 끝내고 나머지를 실내로 옮기는 편이 결과가 낫습니다.

판단이 애매한 날이 제일 어렵습니다. 흐리지만 비는 안 오고, 춥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닌 날.

그럴 땐 첫 반을 세워놓고 한 컷 눌러봅니다. 화면에서 얼굴색이 살아 있으면 진행하고, 회색으로 앉으면 접어요. 오늘은 아니구나. 그 판단을 미루면 나머지 반이 전부 같은 사진이 됩니다.

접는 게 손해처럼 보이지만, 다시 세우는 비용이 그날 하루보다 큽니다. 겨울 운동장에 반 전체를 다시 모으는 일은 학교 일정에서 제일 어려운 축에 듭니다.

야외 컷이 앨범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몇 면입니다. 그 몇 면을 위해 그날 전체를 망칠 필요는 없어요.

야외를 넣을지 말지 판단이 서지 않으시면 졸업앨범 상담 안내를 참고하셔도 좋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학교 야외 촬영은 언제가 좋나요? 해가 낮게 깔리지 않는 오전에서 이른 오후가 무난합니다. 계절과 학교 방향에 따라 달라 사전 답사로 확인합니다.

야외 촬영 장소는 어떻게 정하나요? 빛의 방향을 먼저 정하고 그 조건에서 가능한 배경을 고릅니다. 배경을 먼저 정하면 시간대가 맞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요? 실내 대체 장소로 옮기거나 야외 컷만 별도 일정으로 미룹니다. 대체 장소는 미리 정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추운 날 야외 촬영을 해도 되나요? 가능하지만 표정이 굳습니다. 야외는 단체 컷 위주로 짧게 마치고 개인 컷은 실내로 옮기는 방식을 씁니다.

운동장 배경이 밋밋한데 괜찮을까요? 학교 고유의 자리가 있으면 충분합니다. 나무, 담장, 건물 벽면처럼 그 학교임이 드러나는 배경이 오래 남습니다.


촬영이 끝나면 아이들은 교실로 올라가고 운동장이 조용해집니다. 조금 전까지 줄이 있던 자리에 라인만 남아 있어요.

장비를 접으며 해를 다시 봅니다. 아까보다 조금 더 기울어 있고, 다음 반이었으면 다른 자리에 세웠겠구나 싶습니다.


글쓴이: 안영강 · 폴라스튜디오 대표, 현장 촬영 디렉터. 촬영부터 인쇄·제본까지 졸업앨범을 직접 만들어 온 사람입니다. 관련 글: 졸업앨범 촬영 시기 · 졸업앨범 촬영 준비물 · 요즘 졸업앨범, 무엇이 달라졌나 · 졸업앨범 상담 안내


← 블로그 글 목록